　비서실로 다가갔던 백선주는 문을 지나 복도 끝쪽에 세워진 자판기 앞에 섰다 그리

6월 28, 2022

　비서실로 다가갔던 백선주는 문을 지나 복도 끝쪽에 세워진 자판기 앞에 섰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투입구에 넣고는 버튼을 눌렀다 음료수 캔이 굴러 떨어졌으므로 몸을 숙여 캔을 꺼내던 백선주가 힐끗 옆쪽을 보았다 사내는 비서실 안으로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몸을 세운 백선주는 옆쪽 복도로 뛰었다 복도는 비어 있었으므로 발자욱 소리가 크게 울렸지만 발끝으로 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섰을 때 두 대의 엘리베이터는 모두 1층에 멈춰서 있었다 백선주는 지체하지 않고 옆쪽 비상 계단을 향해 뛰었다 20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려면 한참 걸리겠지만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여유가 없는 것이다 백선주는 계단을 뛰어 내려가면서 이것으로 첫 직장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1백만원이 든 봉투는 책상 서랍에 넣어 놓았으니 그들은 곧 찾아낼 것이었다 17일간 일한 수당은 받지 못한게 되겠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 회사 건물이 반듯하고 월급을 많이 준다고 해서 좋은 회사가 아니라는 선배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돈 1백만원을 주면서 사장하고 하룻밤을 지내라니 계단을 뛰어 내려가던 백선주는 다시 화가 치밀어 올라 어금니를 물었다 무식한 놈들 사람을 뭘로 보고 사채업으로 돈 좀 모았다고 사람을 돈으로 사려고 한단 말인가 　17층까지 내려왔을 때 숨이 가쁘고 다리가 후들거렸으므로 백선주는 뛰는 속도를 줄였다 그나저나 엄마한테는 어떻게 설명을 하지 회사에 취직 되었다면서 엄마는 그렇게 좋아했는데 월급을 어떻게 나눠서 쓸 것인가도 엄마하고 다 상의를 해놓았는데 14층에서 13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서자 백선주는 숨을 몰아 쉬면서 조금 쉬었다 그리고는 다시 발을 떼었을 때였다 아랫쪽에서 계단을 오르는 구두 발자국 소리가 어지럽게 들리더니 불쑥 사내들의 상반신이 나타났다 비서실 남자들이다 　여기 있다 　두 명의 사내 중 하나가 백선주를 보더니 웃음띤 얼굴로 말했다 　겨우 15층밖에 못내려왔어 　그러더니 백선주의 팔을 움켜 쥐었다 　놓으세요 　백선주가 팔을 뿌리치면서 소리쳤지만 힘을 당할 수는 없다 다른 사내까지 나머지 팔을 쥐었으므로 백선주는 울상을 지었다 　놔요 나 회사 그만 둔다구요 　누구 맘대로 　백선주를 끌고 다시 계단을 내려가면서 사내 하나가 말했다 　네가 그만 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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