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늘어져 있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시간은 오후
막늘어져 있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시간은 오후 일곱시밖에 되지 않았으나 창 밖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어떻게 해요김재은이 마침내 물었다 침대 위에 걸터앉은 그녀는 아직 옷도 제대로 입지 않았다 스웨터 밑에 한세웅이 건네준 그의 파자마를 입었을 뿐이다 한세웅은 장작을 베치카에 던져 놓고는 몸을 돌렸다집으로 전화를 해요 오늘 여기서 자고 가겠다고눈보라가 쳐서 차를 못 끌고 가겠다고 해요내가 해줄까베치카의 장작불이 그의 등뒤에서 활활 타올랐다 바깥에선 더욱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들려 왔다제가 하겠어요김재은은 침대에서 일어섰다 039어떻게 해요039 하고 물었을 때부터 묘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던 참이다 이제까지 남자에게 이런 식으로 물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한세웅은 다시 몸을 돌려 부젓가락으로 장작더미를 쑤셨다 불똥과 함께 불길이 솟아 올랐다 김재은은 아마 첫 외박이 될 것이다 한세웅은 김회장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펄쩍 뛸지도 모른다 아니면 선선히 승락할 수도 있다안되겠어요김재은이 전화기 옆에 서서 그를 향해 말했다돌아가겠어요내가 데려다주지끄덕이며 한세웅이 말했다그럼 아깐 그냥 해본 소리예요그녀가 눈을 치켜 떴다아니 그건 진담이었소그럼 왜요그녀의 목소리가 팽팽해졌다난 재은씨와 같이 있고 싶었는데 돌아간다니까억지로 잡지는 않겠다는 말이오그녀는 팔짱을 끼고는 탁자의 끝에 몸을 기대고 섰다나에겐 첫 외박이에요그리고 당신이 나에겐 첫 남자구요한세웅이 머리를 들었다 순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것의 의미를 계산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첫남자 첫여자의 가치가 무엇인지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었다왜요 믿기지가 않으세요한세웅은 머리를 저었다아니 믿어요그렇다면 최소한 그 가치만큼은 당신에게서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요당신의 주변에 있는 여자들하고 똑같은 취급은 하지 말아요한세웅이 퍼뜩 얼굴을 들었다부탁이에요그녀의 얼굴은 화난 표정이 아니었다 어쩌면 겁먹은 얼굴로도 보였다아버지는 당신의 여자관계를 알고 계세요 부끄럽지만 저도 알아보았구요아버지는 상관하지 않더군요 어쩌면 아버지는 나보다 회사가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몰라요김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