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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울 작정이죠계단을 올라 2층의 문에 키를 꽂으면서 여자가 힐끗 조철봉을 보았다그쪽은 와이프한테 배신을 당했다고 했죠 와이프가 남의 자식을 낳았다고 했던가요그렇지 내 재산을 다 빼돌려서 미국으로 도망갔다고 했지그래요 감동적이었죠집안에 들어선 여자가 불을 켰다 20평형 연립주택 안은 깨끗하게 정돈되었고 옅은 향내까지 맡아졌다 집안을 보면 여자의 성품까지를 짐작할 수가 있는 법이다마음놓고 벗으세요 여긴 누가 들락거리지 않으니까안방으로 가면서 여자가 가볍게 말했다밤중에 남자가 문 열라고 두드리는 경우도 없어요영화를 많이 본 모양이군했지만 조철봉의 가슴은 차츰 안정되어 갔다 서경윤의 아파트 앞에서 한시간 동안 앉아있다가 돌아오는 길에 포장마차를 찾아갔던 것이다 포장마차가 골목길에 그대로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마치 옛집을 본 것처럼 반가웠다씻으세요안방에서 나온 여자는 셔츠에 헐렁한 치마로 갈아입고 있었는데 새로운 분위기로 느껴졌다 짧은 머리에 눈은 가는편이었지만 위쪽으로 조금 치켜 올려졌고 입술은 야무지게 닫쳐졌다 반소매 셔츠여서 건강한 팔이 드러났고 맨살의 종아리도 단단하게 보여졌다그동안 전 술상을 차릴게요갈아입을 옷 있어그러자 주방으로 가던 여자가 머리만 돌려 조철봉을 보았다 가는 눈이 웃음으로 더 가늘어졌다있을 것 같아요없구만그냥 팬티 차림으로 있어도 돼요 어차피 다 벗을 건데 뭐허 이 여자가 참하면서도 조철봉의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이 이 집에 들어온 첫 남자손님이라는 뜻이나 같은 것이다 샤워를 마친 조철봉이 여자 말대로 셔츠와 팬티 차림으로 나왔을 때 응접실의 탁자에는 이미 술상이 차려져 있었다 술은 소주에다 안주는 포장마차에서 가져온 모양인 꼼장어와 닭똥집이었고 오뎅 국물도 있다음 그럴 듯하군탁자 앞에 앉은 조철봉이 만족한 듯 얼굴을 펴고 웃었다오늘 밤은 멋있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오늘 무슨 일 있었죠여자가 앞쪽에 앉으며 불쑥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시선을 들었다아니 별로심란하게 보이던데요난 가끔 그래 여자 앞에서는 더 자주흥쓴웃음을 짓던 여자가 정색하더니 조철봉을 보았다난 그거 별로예요 전남편은 날더러 목석이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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